
지난 15일 중국 장쑤성 연운항(롄윈강항)을 찾았다. 첫 인상은 이곳이 이전과 달리 아주 깨끗하고 청정해졌다는 것이다. 10여년 전 항만에는 석탄 가루가 날리고 공기는 뿌옇고 매캐한 냄새가 났던 것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연운항 관계자는 "석탄 등의 화물은 항상 덮개를 하게 되어 있으며, 항만당국이 드론을 통해 수시로 항만 관리상태를 점검한다"며 "규정 위반시 엄중한 제재가 가해진다"고 말했다.
항만이 깨끗해졌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연운항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운항은 한국에 있어 단순한 항구도시가 아니다.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마주한 연운항은 여객과 화물, 해상운송과 대륙철도, 지역관광과 국제물류가 만나는 복합 거점이다.
그 중심에 있는 회사가 연운항훼리㈜, 중국어로 连云港中韩轮渡有限公司다. 연운항훼리는 한중 합작 카페리 운영사로, 2004년부터 연운항–인천, 연운항–평택 객화선 항로를 운영해왔다.

특히 이 회사는 중국 장쑤성의 유일한 한중카페리 항로 운영사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산둥성에 한중 카페리 항로가 난립해 있는 것과 달리, 장쑤성에서는 연운항이 한국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해상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연운항의 경쟁력은 지리적 위치에서 출발한다. 연운항은 중국 동부 연해의 중앙부에 자리하며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 서해안과 마주한다. 북쪽으로는 산둥반도, 남쪽으로는 장쑤성·상하이·저장성으로 이어지는 화동경제권과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중국 중부와 서부 내륙으로 뻗어 나간다. 연운항은 단순한 해안도시가 아니라 중국 동부 연해와 내륙을 동시에 연결하는 결절점인 셈이다.
현장에서 본 연운항의 장점도 이 같은 지리적 구조에서 비롯됐다. 항만 배후에는 도로와 철도망이 연결돼 있었고, 주변에는 여객·화물·물류 기능이 함께 배치돼 있다. 이는 연운항이 선박이 정박하는 항만을 넘어, 중국 내륙 화물이 바다로 나가고 해외 화물이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운항–인천 항로는 중국 장쑤성과 한국 수도권을 직접 연결한다. 연운항은 한국 인천과의 거리가 약 396해리로, 한국과 카페리를 운영할 수 있는 중국 연해 항만 중 가장 먼 곳으로 평가된다.
이 거리는 여객과 화물, 차량과 소량 화물을 동시에 처리하는 카페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한계점'이다.
연운항의 또다른 강점은 TCR, 즉 중국횡단철도와의 연계성이다. 연운항은 신유라시아대륙교의 동쪽 교두보로 불리며, 중국 동부 연해와 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철도 물류의 출발점 역할을 해왔다.

연운항에서 근무하는 이 회사의 하만석 부사장은 "한국에서 출발한 화물이 인천 또는 평택을 거쳐 연운항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 방향으로 이어지는 육상 물류망에 진입할 수 있다"며 "단순히 중국 항만에 화물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 화물이 대륙 물류망으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아시아로 가는 화물은 특히 한국산 중고차가 많다"며 "40피트 컨테이너에 자동차를 4대까지 넣을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운항훼리의 항로는 장쑤성과 한국만을 잇는 노선에 머물지 않는다. 장쑤성 이남의 화동권 화물, 내륙 도시의 수출입 물류, 한국 수도권·중부권 수요를 연결할 수 있는 복합물류 통로로 역할을 한다.
장쑤성은 제조업, 전자, 화학, 자동차부품, 생활소비재 산업 기반이 두터운 지역이다. 이들 화물이 롄윈강항으로 집결해 카페리를 통해 인천과 평택으로 이동하면, 한국 수도권과 중부권으로 빠르게 연계될 수 있다.
수치로 보더라도 항로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2017년 11월 기준 연운항–인천, 연운항–평택 두 항로는 누적 여객 124만 명 이상, 컨테이너 화물 75만TEU 이상을 운송했다. 2025년 1월 기준 연운항–인천 국제여객항로의 누적 여객은 17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26년 3월에는 해당 연도 연운항–인천 항로 누적 여객이 1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여객 수요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연운항–인천 항로에 투입 중인 ‘하머니윈강(和谐云港)호'는 총톤수 3만 5000톤급의 대형 객화선으로, 여객 1,080명과 컨테이너 376TEU를 함께 수송할 수 있다. 선내에는 객실, 식당, 면세점, 공연장, 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해상 체류형 여행’의 성격도 갖는다. 카페리는 대량 수하물, 단체관광, 상용 방문, 화물 운송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 운송수단이다.
최근 주목되는 변화는 평택–연운항 항로의 신조선 프로젝트다. 기존 평택 항로에 투입됐던 ‘자옥란(紫玉兰)호'는 여객 392명, 화물 293TEU 규모의 객화선이다. 연운항훼리는 이를 대체할 신형 객화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으며, 신조선은 여객 950명, 2700m 차도 규모로 건조될 예정이다. 이는 여객 수용능력과 차량·화물 처리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사업이다.

현지에서 만난 장홍바오(姜洪宝) 연운항훼리 대표는 "신조선은 2028년 3월 인도 후 평택–연운항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평택 항로의 신조선 투입과 여객 재개 준비는 향후 연운항훼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조선이 투입되면 평택항을 기반으로 한 한국 중부권 여객·화물 수요를 흡수하고, 연운항과의 물류·관광 연계성을 다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택항은 수도권 남부와 충청권 물류 수요를 배후에 두고 있어, 연운항과 연결될 경우 장쑤성 및 중국 내륙 화물의 한국 진입 경로가 한층 더 다양해질 수 있다.
결국 연운항 카페리 항로의 의미는 ‘배가 오간다’는 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항로는 중국 장쑤성과 한국 수도권·중부권을 연결하는 사람들간 교류 통로이며, 장쑤성 이남과 중국 내륙 화물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물류 관문이고, 한국 화물이 TCR과 신유라시아대륙교로 진입하는 출발점이다.
황해를 사이에 둔 한중 양국의 거리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교류의 밀도는 항로의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연운항훼리㈜가 걸어온 22년의 항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앞으로 투입될 신조선은 더 큰 성과를 기대하고 추진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장쑤성 유일의 한중 카페리 항로, 그리고 한국과 중국 내륙·중앙아시아를 잇는 복합물류 플랫폼으로서 연운항–인천, 연운항–평택 항로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